"한미 관세 협상 실패 등 정부 잘못으로 환율이 치솟아"

환율이 치솟고 있다.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는 한국은행, 국민연금과 시장 안정을 위한 비공개 대책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23일(일) 한국은행은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조만간 ‘비공개 회의’를 열어 환율 안정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려는 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8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1322조원 가운데 해외 주식이나 채권은 58%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달러 자산 일부를 팔고 원화 자산으로 전환하면 그만큼 달러 공급량이 늘어난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환율은 일시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자신의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11월 초에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으로 10월 말 기준 약 17%인 국내 주식 비중을 ‘전술적 자산 배분 TAA’를 활용하여 19.9%까지 높여 최대 30조원 가량 추가 매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투자 전략 변경이 정부나 대통령실의 입김 없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코스피 5000’만들기에 이어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것은 옳지 않다.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은 2025년 5월 29일에 의결된 사항으로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 주식 14.4%, 해외 주식 38.9%, 국내 채권 23.7%, 해외 채권 8.0%, 대체투자 15.0%다. 이 비율은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설정된 것인데 만약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면 수익률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환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달러 주식이나 채권을 팔고 원화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전술적 자산 배분 TAA’ 조정으로는 불가능하고 ‘전략적 자산 배분’을 바꿔야 한다. 향후 열릴 ‘비공개 회의’에서 이것까지 논의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파악할 수 없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당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환율과 주가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며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면 곧바로 수익률은 떨어지고 국민의 노후는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조원진 당대표는 이어서 "환율 안정의 책임은 정부와 한국은행에 있다"면서 "한미 관세 협상 실패 등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환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실패의 책임을 국민연금에 떠넘기는 작금의 행태는 비난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