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은 산업 주권을 미국에 넘겨줬다"

한미 관세협상이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마무리되었다.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는 현금 2000억달러, 조선산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하고, 연간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제한했다.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15%,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가 적용된다. 항공기 부품 일부와 특정 의약품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미국이 그동안 요구한 것처럼 현금 2000억달러를 한꺼번에 납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의 상황에 따라 연간 투자 금액과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0억달러는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에 걸쳐 이뤄지고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약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관세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렇지만 철강, 반도체 등의 주요 산업에 대한 관세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일정, 손실 부담’ 등 세부 쟁점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대통령실이 우리 입장을 양해각서(MOU)에 충분히 담았다고 밝혔으나 최종 합의문이 없어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경제가 연간 200억달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4년 한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약 518억달러, 2025년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약 4220억달러다. 이 수치만 보면 외환시장에 타격을 주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채무, 가계부채, 금융시장 등 한국경제의 제반 체력과 불안한 세계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환율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 한미 사이에 통화스와프 체결이 불발된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상법 개정 등으로 反기업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세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당대표는 "쌀‧소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발언이 이전과 매우 다르다"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체결만으로는 한미 관세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원진 당대표는 이어서 "이재명 정권은 산업 주권을 미국에 넘겨줬다"며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주력산업의 국내 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국내 산업 생태계가 초토화되어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