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현대차 정의선, LG 구광모 회장은 2030년까지 총 80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그룹이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125조원, SK 128조원, LG 100조원이다. 한화, HD현대 등도 국내에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가 대기업 총수들을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 국내 투자가 줄어 일자리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여론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도 16일 회의에서 "일부에서는 우려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쉬는 청년’이 사상 최대라는 뉴스가 들리는 시점에서 7대 기업이 국내에 800조원을 투자하겠다니 반갑기만 하다.

800조원은 무엇으로 구성되었을까? 삼성부터 보자. 삼성의 450조 투자액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평택캠퍼스 5공장인데, 2023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4조원대의 적자를 낸 뒤 지난해 초 공사를 중단한 것을 재개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삼성전자의 2025년 R&D 투자액이 40조원으로 향후 5년간 예상 투자액은 200조원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R&D 투자액 지출과 평택 5공장 재개를 빼면 실질적인 신규 투자액은 확 줄어든다.

SK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투자액은 120조원 수준이었다. 이후 착공이 지연되면서 최첨단 설비 비용 증가, 물가 상승, 생산능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최근에는 투자액이 약 600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SK의 128조 투자도 기존의 투자의 일부분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당대표는 "7대 기업이 5년간 800조원을 투자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불러올 파장을 막기 위해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놓고 쇼하기에 빠쁘다"고 비판했다.

조원진 당대표는 이어서 "노란봉투법 통과, 주4.5일제‧정년 65세 연장 추진 등으로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한국 경제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反기업적 악법을 더이상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