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실패한 ‘주주자본주의’를 한국 경제에 적용하면 큰 후유증을 남길 것"

더불어민주당이 ‘더 강한 상법’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어제(8일)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법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상법 추가 개정과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더 강한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과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한 내용(3%룰)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처럼 강경일변도로 가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을 임기 내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대선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밀어붙일 기세다. 또한 이 대통령 집권 후 코스피가 급등하는 것을 목격한 후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면 코스피가 5000까지 오를까? 그동안 보수정권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런던대 장하준 교수의 시각을 보자. 장하준 교수는 지난 4월 22일 강연 후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은 결국 ‘기업에서 현금을 얼마나 많이 빼낼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문이 한번 열리면 상황이, 미국처럼, 극단적으로 갈 수도 있다." "기업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유보된 이윤이다. 그걸 빼앗기면 기업은 죽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상어로 자리 잡았지만, 기업의 미래를 팔아 지금의 주가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은 너댓 개 기업집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이런 나라에서 대기업 한두 개의 이윤 가운데 80~90%가 주주들에게 환원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우리나라 산업은 끝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장면1)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조원 이상 밑돈 4조6천억원에 그쳤다. 실적 발표가 있은 날, 삼성전자는 3조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서 뒤처지고,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보금을 미래를 위한 R&D에 투자하지 않고,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과연 삼성의 미래에 옳은 결정인가?

(장면2) 언론 등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시장 정체로부터 탈출을 꾀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도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확대와 자회사 지원 과정에서 주주와의 이해 상충 우려가 있어 투자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한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혹은 행동주의 펀드의 논리대로 하면 기업가치는 당장에는 오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투기자본을 비롯한 근시안적인 주주들은 당장의 배당을 원하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는 선호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은 미래를 위해 쌓아둔 유보금을 ‘현재만 바라보는 주주들’에게 줄 수밖에 없고, 신사업을 위한 투자도 없으므로 이익은 줄어든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당대표는 "이재명 정부에서 코스피 5000은 오지 않는다"며, "좌파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조차 말리는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를 왜 한국 경제에 적용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원진 당대표는 이어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좋은 제도도 토양이 다르면 나쁜 제도가 될 수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미국에서도 실패한 제도인데 한국에 뒤늦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역설했다.